AICONLAB INSIGHT COLUMN

AI는 아직
오프라인에 없다

15세에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유니콘 회사를 만든 창업자의 이야기를 행사장에서 직접 듣고 왔습니다. 127분 녹음에서 비개발자 1인 기업가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추렸어요.

2026. 06. 11 클로드 블룸 행사 · 직접 녹음한 1차 기록 기준 · AICONLAB
14세, 테네시 시골 10일짜리 게임 1개 공개 실리콘밸리 → 🦄

이번에 다녀온 행사의 게스트는 좀 특이한 이력의 창업자였습니다. 미국 테네시 시골에서 홈스쿨링을 하던 14살 소년이 심심해서 만든 웹 게임 하나로 해커뉴스(개발자들의 큰 커뮤니티) 1위에 올랐고, 1년 뒤 실리콘밸리 회사가 그를 데려갔어요. 15살에요. 지금은 기업가치 1조 원대 게임 회사의 공동창업자고, 12년째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두 시간 넘는 대담을 직접 녹음해서 전부 다시 들었습니다. 그중 코딩과 상관없이,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다섯 가지를 골랐어요.

1듣는 걸로 끝내지 말고, 만들고 공유하라

그의 인생을 바꾼 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10일짜리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였습니다. 공모전에선 떨어졌는데, 트위터에 점수 공유 기능을 넣은 덕에 입소문이 났고, 그걸 본 회사가 1년 뒤 연락을 해온 거죠. 그가 행사 마지막에 남긴 당부가 이겁니다.

듣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만들어야 하고, 그다음엔 그걸 공유해야 해요.

— Teddy Cross, Playco 공동창업자

재미있는 건, 바로 전날 다른 자리에서 만난 사업가 선배가 똑같은 구조의 말을 했다는 거예요 — "운은 복권이다, 안 사면 0%". 만들고 공유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복권 구매라면, 공유하지 않은 결과물은 사지 않은 복권입니다. 이틀 연속, 전혀 다른 두 사람에게서 같은 결론을 들었습니다.

2경쟁력은 모델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행사 후 참석자 토론에서 가장 많이 나온 합의이기도 합니다. 어떤 AI를 쓰느냐는 점점 덜 중요해지고,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 어떤 순서로 시키고 → 어떻게 검사하는지의 설계가 결과를 가릅니다. 한 참석자의 비유가 압권이었어요.

하네스가 뭔지 아세요? 개 목줄이에요. AI는 동물 같아서 원하는 대로 잘 안 오는데, 줄을 채워서 원하는 곳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겁니다.

— 행사 참석자 토론 중

똑똑한 개를 사는 게 아니라 좋은 목줄을 만드는 일 —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의 본질이 이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3AI를 쓰는 데 망설임이 없게 하라

그의 회사는 AI 사용에 한도를 두지 않습니다. 직원마다 법인 가상카드를 줘서 구독이든 사용량이든 "AI를 쓸까 말까 고민하는 마찰 자체"를 없앴대요. 그리고 한 가지 습관을 강조했습니다 — 매주 새 모델을 기존 업무 전부에 테스트해보는 것. 그래야 "충분히 좋아진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갈아탈 수 있다고요. 실제로 그 회사 디자인팀은 산출량이 몇 배가 됐고, 이제 마케터와 디자이너까지 자기가 쓸 도구를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 1인 기업 버전 — 무제한 예산은 못 따라 해도 원리는 같습니다. 핵심 도구 구독료를 "아까워하는 고민"에 쓰는 에너지가 더 비쌉니다. 그리고 새 모델이 나오면 내 일 중 하나에라도 일단 돌려보기 — 갈아탈 타이밍은 그렇게 잡힙니다.

4글쓰기만은 직접 — 진정성이 마지막 해자

의외였던 건, AI에 가장 진심인 이 사람이 글만큼은 AI에게 안 맡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정성이 왕입니다. AI가 당신 대신 말하는 순간, 진정성은 완전히 파괴돼요.

— Teddy Cross

제작·운영·정리는 AI에게 맡기되, 내 목소리로 말하는 글은 직접 쓴다 — 혼자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독자가 결국 사는 건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5AI는 아직 오프라인에 없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청중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답을 싫어하실 텐데 —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최고의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겁니다. AI는 아직 오프라인엔 없잖아요. 그게 우리에게 남은 전부예요.

— Teddy Cross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만드는 시대에,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 앉는 일이라는 역설. 실제로 그는 올해만 3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며 사람들을 직접 만나러 다닌다고 합니다. 행사장에서 이 말을 들으며 — 온라인으로 다 되는 것 같아도, 결국 모임에 나온 사람들끼리 뭔가가 시작되는 걸 여러 번 본 입장에서 — 깊이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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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포트폴리오 무변명 시대

실리콘밸리 채용 얘기 중 한 대목이 비개발자에게 오히려 희소식이라 덧붙입니다. 코딩 시험은 사라지는 중이고, 평가 기준은 "무엇을 만들어봤나"와 감각(테이스트)으로 옮겨가고 있대요. 그리고 한마디 — "이제 AI로 웹사이트 만드는 데 5분이면 되는데,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zero excuse)." 코딩 실력이 아니라 만든 것의 목록이 이력서가 되는 시대 — 콘텐츠 만들던 사람, 기획하던 사람에게 유리해지는 변화입니다.

오늘의 한 장 요약

만들고, 공유하라 — 공유하지 않은 결과물은 사지 않은 복권이다.

경쟁력은 어떤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일의 순서를 설계하는 데서 난다. AI는 동물이고, 필요한 건 좋은 목줄이다.

제작은 AI에게, 목소리는 나에게 — 진정성이 1인 브랜드의 마지막 해자다.

그리고 AI가 모든 걸 해주는 시대의 역설: 진짜 연결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시작된다.